아이티 보고서- 아이티의 복구 현장에 불고 있는 복음의 열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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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작성일11-05-31본문


< 안두익목사 · 동성교회 · 총회사회복지부 >
“외국에서 원조한 70조원, 그러나 아이티 변화시킬 힘은 복음밖에 없어”
지난 해 지진으로 엄청난 고통에 빠진 아이티는 ‘나무가 많은 나라’라는 뜻을 가진 카리브해에 있는 나라입니다. 그 옆에는 세계에서 손꼽히는 아름다운 나라 도미니카가 있습니다. 지난해에 아이티 교회들을 방문을 했었는데 그때 복음을 들은 교회들이 다시 초청을 하여 이번이 두 번째 방문입니다.
두 번째 방문한 아이티
공항에 내리자마자 30도가 넘는 더위에 습기마저 있어 정말 숨이 턱 막히는 현장이었습니다. 유난히 더위에 약해 땀을 흘리는 내가 과연 버틸 수가 있을까 하는 염려가 먼저 생겼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입국수속 때 제가 가지고 온 큰 가방이 분실되었습니다. 3시간이나 공항 직원과 실랑이를 벌였습니다. 결국 분실신고서를 작성하고 나중에 연락을 주겠다는 약속을 받고 제가 머물 숙소로 향했습니다. 얼마나 긴장이 되던지 앞이 캄캄해지고 어떻게 표현을 해야 할지 모를 정도였습니다. 제 손에는 달랑 들고 온 책가방이 전부였습니다.
그때 제 마음에 묘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도대체 언어도 통하지 않고, 콜레라도 아직 돌고 있는 이곳에 왜 나를 여기에 보내셨습니까?’ 하는 불평이 생겼습니다. 그 순간 당회 때 저를 염려하시는 장로님들이 가지 않으셨으면 한다는 이야기가 왜 그렇게 마음에 박히든지, 괜히 사서 고생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아이티에 있으면서 하나님의 놀라운 역사를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피의 종교 부드교의 나라
아이티는 부드교라는 아프리카 토속 종교의 영향을 절대적으로 받는 나라입니다. 부드교는 그들의 축제 때 피의 제사를 합니다. 그런데 짐승의 피가 아닌 사람을 죽여서 그 피로 제단에 바치는 무서운 종교입니다.
아이티는 프랑스의 영향을 받아 천주교가 80% 그리고 개신교가 15%이지만 부드교는 여전히 100% 입니다. 데이터가 말해 주듯이 천주교와 개신교가 부드교와 혼합하여 혼합종교의 형태를 띄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강단에서 부드교가 우상이라는 이야기를 하면 그 목회자는 쥐도 새도 모르게 죽임을 당하는 현실이었습니다. 이처럼 아이티는 영적인 어두움이 무섭게 깃든 나라입니다.
이처럼 부드교에 물든 아이티에서 콜레라 클리닉 개원예배를 시작으로 정말 입에서 단내가 날 정도로 가는 곳마다 복음을 전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제가 충격을 받은 것은 지진으로 모든 것을 잃은 줄 알았던 그들이 가는 곳마다 엎드려 기도하는 모습들을 보게 되었습니다. 선교사들의 이야기에 따르면 나라의 30-50%가 이번 지진으로 하나님께 돌아왔다는 것입니다. 놀랍지 않습니까? 950만 인구 가운데 이 숫자는 엄청난 숫자입니다.
예배 시간에 역사하시는 하나님
C.S 루이스가 이야기 한 것처럼 “고난은 변장된 하나님의 복”이라는 이야기가 실감이 났습니다. 가는 교회마다 무너진 터 위에서 기도하는 그들의 모습을 보고 제 마음이 서서히 바뀌게 되었습니다.
아이티에서 보낸 주일은 아마 제 생애에 선명한 기억으로 남는 예배가 될 것입니다. 한 난민촌에 들어가서 주일 예배를 인도하게 되었습니다. 이 교회도 지진의 피해로 옆 동네 공터에다 천막을 치고 예배를 드리는데 제 눈을 의심할 정도였습니다. 700-800명의 교인들이 발 디딜 틈도 없이 꽉 찼습니다. 그 더운 날 예배를 3시간이나 드리는데 뭐 어떻게 표현을 해야 할지 모를 정도였습니다.
텐트 안에서 사람들이 미동도 안한 채 예배에 집중하는 모습 앞에 설교를 하는 저는 이상한 것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지금 저들이 은혜를 받는 것이 아니라 설교하는 제가 은혜를 받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나는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목사로서 설교가 나에게 보람은 안겨주었을지 모르지만, 내 자신이 행복을 느낄 때가 그렇게 많지 않았습니다. 사실 한 강단을 25년을 섬기면서 저의 설교에 실망하고 돌아가는 교인들을 생각하면 어떤 때는 두 번 다시 강대상에 서고 싶지 않은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예배를 마치고도 강대상에서 내려오기 싫을 때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 저는 설교를 하는 게 아니라 저 청중들 속에 역사하시는 하나님의 그 은혜를 보게 되었습니다. 그들의 숨결, 그리고 통역하는 메시지 앞에 아멘을 외치고, 절망 속에 다시 일어 설 수 있다는 희망의 눈빛을 보게 되었습니다. 가는 곳마다 그랬습니다. 우리나라 선교사들이 모인 곳에서도 그랬습니다. 그리고 현지 목사님들 세미나를 여는 현장에서도 그랬습니다.
원조가 아닌 복음이 필요한 곳
그런데 저를 더욱 놀라게 한 것은 그곳에서 사역하는 어느 선교사의 간곡한 부탁이었습니다.
“목사님, 사실 현지에서 일하는 저희는 일에 치여 이런 행사를 하다보면 설교가 귀에 안 들어 올 때가 많습니다. 그런데 지금 제가 은혜를 받고 있습니다. 저의 청을 하나 들어 주십시오. 다음에 한 번 더 오십시오.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원조가 아닙니다. 작년 한 해에 이 아이티에다 쏟아 부은 돈이 70조 원입니다. 그래도 이 모양입니다. 이 나라를 변화시킬 힘은 복음 밖에 없습니다.”
이 이야기를 듣는 순간 망치로 한 대 맞는 듯한 느낌을 받은 것입니다.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원조가 아닙니다. 이 나라를 변화시킬 힘은 복음 밖에 없습니다”는 그 선교사님의 절규가 지금도 저의 가슴을 울리고 있습니다.
제가 그 현장에서 또 하나 놀랐던 것은 미국이나 캐나다에서 온 청년들의 모습니다. 이들은 다 자원 봉사자들입니다. 그들은 대부분 대학을 휴학하거나 아니면 학교를 졸업하고 이곳에 와서 자신들의 전공을 현장에서 헌신하는 것입니다. 짧게는 1년 길게는 1년이 넘도록 더위와 질병과 싸우며 젊음을 불태우는 모습을 보게 되었습니다.
제가 물어 보았습니다. “우리나라 같으면 대학생들이 어학연수로 그 많은 돈을 들여 미국이나 캐나다로 가는데 당신들 미래가 염려되지 않습니까?” 그들의 대답은 한 마디로 ‘NO!’라는 것입니다. 그들은 “자신이 이렇게 가장 비전을 가지고 살아갈 때 하나님 앞에 쓰임받는 게 얼마나 복인지 모른 다는 것”입니다.
자신감에 차 있었습니다. 자기 일에 보람을 느끼고 또 기도 역시 얼마나 뜨거운지 모릅니다. 저는 그들을 통하여 이 아이티에서 멈추지 않는 하나님의 역사를 보게 되었습니다.
인생의 ‘짐’ 내려놓고자 마음 다져
아이티에서 사역을 마치고 돌아오기 전날에 제 가방이 왔다는 공항에서의 연락을 받고 웃음이 터졌습니다. 제가 아이티 공항에서 가방을 잃어버렸을 때 그 당혹감은 말로 다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 안에는 양복과 세면도구, 오랫동안 먹었던 혈압 약, 간 약, 그리고 제가 꼭 지녔던 필수품들이 다 들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모 기독교 방송국에서 찍어 오라는 비디오 카메라 장비도 거기에 있었습니다.
그런데 며칠 지내보니까 그 중요하다고 여겨지던 것들이 없어도 얼마든지 살 수가 있었습니다. 오히려 가방 속에 있는 것들이 얼마나 거추장스러운 것들인가를 깨닫게 되었습니다. 필요하다고 느끼고 이것저것 한 짐 꾸려서 간 가방이 내게 들려졌을 때에는 그것들이 필요해서 가지고 온 것입니다. 그런데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얼마나 우스운 이야기입니까?
영국의 WEC(국제복음선교회) 본부가 있습니다. 그 지하실에 내려가면 수십 개가 넘는 가방들이 바닥과 선반에 가지런히 정리된 채 놓여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임지로 떠나는 선교사들이 임기를 마친 뒤 귀국 길에 찾아가겠노라고 남겨둔 가방들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끝내 돌아오지 못한 선교사님들의 가방입니다. 사람은 이 세상을 떠났는데도 남아있는 빈 가방들 - 참 묘한 생각이 들지 않습니까?
마치는 말
우리 인생이란 결국 하나의 가방으로 남게 됩니다. 나는 돌아오면서 내가 지금까지 그렇게 소중히 여기며 쌓았던 가방의 의미는 무엇인가? 나의 자기 희생과 헌신의 표적인가? 아니면 나의 욕망과 이기심의 결정체인가? 그리고 다짐을 합니다. 이젠 좀 가방을 단순하게 꾸리고 살아야겠다고 결심을 합니다. 또한 내 인생의 이것저것 담아놓은 정말 필요 없는 것들을 다 내려놓을 줄 아는 삶을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해 봅니다.
그동안 이이티를 위해 눈물로 기도해 주시고 헌금에 동참한 전국 교회 모든 성도들에게 다시 한번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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